본문 바로가기
약/그 외 여러가지 약들

헬리코박터 - 균 특징, 제균치료 가이드, PPI

by 리뷰니스 2024. 2. 2.
반응형

헬리코박터

1. 헬리코박터 파이로리(Helicobacter pylori) 

건강검진으로 위내시경하시다가 헬리코박터균(H.pylori)이 발견되신 분이 많을 거예요. 내시경 중 이상 소견이 있을 시 바로 검사가 들어가는데, 내시경으로 검사하는 법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저도 얼마 전 위내시경을 통해 양성판정을 받았습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국제 암연구기관(IARC) 분류에 따르면 1급 발암물질입니다. 보통은 균이 검출되고 염증이 발견되면, 치료하게 됩니다. 물론 반드시 해야 하냐는 논란이 있긴 합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헬리코박터 파이로리
[보통의 상태]                                                                                                          [Coccoid forms]

H.pylori는 체내에서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합니다. 왼쪽그림 우리가 아는 나선형 모양의 편모가 있는 형태입니다. 이 상태에서는 세균이 편안한 상황으로 복제가 가능합니다. pH가 중성이며(6-7), 생존에 유리한 상황일 때 나타나는 형태로 replicative phase로 불립니다.

반면 생존에 불가능한 환경, 예를 들면 낮은 산도(3-6)에서는 coccoid form으로 동글동글한 공모양(우측 그림)으로 바뀝니다. 이 상태에서는 복제보단 생존자체를 위한 최소의 활동, 휴면을 하게 됩니다. viable but non culturable” (VBNC) state 로도 불립니다. coccoid form에서는 세균의  외부를 biofilm(생물막)으로 둘러싸기 때문에, 항생제 내성이 강합니다. 환경이 좋아지면 다시 복제 가능한 나선형의 형태로 전환됩니다.  

바로 이점이 핵심입니다! 헬리코박터 균이 박멸된 거 같았는데, 1~2년 안에 재발(relapse)했다면 남아있던 coccoid form 이 replicative 하게 바뀌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재발의 원인으로는 재검 시 위음성(false-negative) 때문일 수 있습니다. 제균 치료 완료 후에 박멸되었는지 재검사를 하는데, 위음성(실제론 양성인데 검사오류로 인한 음성)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음성이 나왔기 때문에 완치된 줄 알았으나, 다음 건강검진에서는 재발로 보이게 되겠죠. 

국내에서 1년 이내 재발 확률은 논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낮게 보고된 경우는 1.5%, 높게 보고된 논문에서는 17%이었습니다. 

 

2. 헬리코박터 제균치료

2-1. 헬리코박터 제균치료 가이드라인

안타깝게도 헬리코박터균을 100% 박멸하는 치료법은 없습니다. First-line therapy(첫 치료로 가장 선호되는)을 해보고, 제균에 실패하면 다음 치료법을 시도해 보는 것이죠.

 

 미국소화기학회(ACG, American college of gastroenterology)가 2017년 발표한 헬리코박터 제균치료의 First- line therapy 5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Clarithromycin 3제 요법  = PPI  + Clarithromycin 500mg + Amoxicillin 1000mg 또는 Metronidazole
  2. Bismuth 4제 요법= PPI + Bismuth +Tetracycline 500mg + Metronidazole
  3. Clarithromycin 기반 동시요법 = Clarithromycin 3제 + Metronidazole
  4. Clarithromycin 기반 순차요법 
  5. Clarithromycin 기반 하이브리드요법

1번(Clarithromycin 3제 요법)이  FDA 승인을 받은 유일한 regimen입니다. 2번(Bismuth 4제 요법 자체)은 FDA 승인을 받진 않았지만, 4가지 약을 합쳐서 하나로 만든 약 Pylera와  Helidiac 은 예외적으로 승인을 받았습니다. 4번째와 5번째는 잘 쓰이지 않아 설명에서 제외하겠습니다.

 

Clarithromycin 3제 요법이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지만, 문제가 있어요. Clarithromycin 내성 때문입니다. 제한된 데이터이긴 하지만, 미국의 경우는  Clarithromycin 내성률이 15%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여러 가지 헬리코박터 제균치료 1차 요법 중에서, ACG에서 권고하는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환자가 이전에 Marcrolide 계 항생제 복용 경험이 없고, Clarithromycin 내성률이 15% 미만인 지역 Clarithromycin 3제 요법을 추천합니다. (Clarithromycin은 Marcrolide 계열의 항생제입니다.)

2. 만약 Marcrolide 계 항생제 복용 경험이 있거나, Clarithromycin 내성률이 15%를 넘는 지역 :  Bismuth 4제 요법을 추천합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이 내성률이 15%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2. 헬리코박터 제균치료 예시

제가 받은 처방전은 Clarithromycin 3제 요법입니다. 이 경우 14일 동안 하루 두 번 복용하게 됩니다. 

저는  이런 약을 먹어요. 이 약 조합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쓰이는 first-line therapy입니다.

약모양 약이름 종류 성분 용량
클래리시드필름코팅정  항생제 Clarithromycin  500 mg
파목신캡슐 항생제 Amoxicillin 1 g 
라비에트정 PPI Rabeprazole 20 mg

 

ACG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 therapy는 이전에 Macrolide계 항생제 복용 경험이 없는 환자에게 추천했었죠.  그러나 환자의 이전 모든 이력을 확인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어쨌거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요법이에요. 

약값 영수증

건강보험이 적용되었는데도 14일 치 약값이 24,200원이 나왔어요. 생각보다 비쌌는데,  왜냐면 약 자체가 비싼 약이기 때문입니다.  클래리시드는 한 알에 무려 1,265원, 라비에트는 1,050원이에요.  (반면 파목신캡슐은 1알에 95원입니다.)

하루 2번, 14일 동안 먹으면 > 클래리시드 28알+라비에트 28알만 해도 순수 약값만 64,000원이 넘습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네요. 여기에 파목신 2알, 하루 2번, 14일 치 약값에다가, 약국조제료 및 약품관리료가 더해져서 약제비 총액은 80,920입니다. 이 금액에 건강보험 적용하여, 30%만 부담하게 되니, 제가 내는 금액이 24,200원이 계산되는 것이죠. (10원 이하 절사됩니다.)

2-3. 헬리코박터 제균치료의 핵심 - PPI

위에서 보았든, 제균치료는 항생제 2~3개와 함께, PPI(Proton pump inhibitor)를 같이 쓰는 게 일반적입니다. 균을 죽이려면, 항생제를 쓰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가능합니다. 그런데 왜 PPI를 쓸까요?

 

가장 큰 이유는, 항생제의 효과가 위 내의 pH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위에 설명드렸듯이 H.pylori는 체내에서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합니다. 보통 위의 낮은 산도(pH 3-6)에서는 coccoid form의 형태가 많고, 항생제 내성이 강해집니다. 따라서 항생제가 잘 듣게 하기 위해 위의 산도를 낮춰주는 게 필요한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PPI 그 자체와 PPI의 체내대사산물인 sulfenamide 자체로도 H.pylori 항균 활성이 있다는 것이 발표되었기 때문입니다. 

 

PPI약은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1세대 PPI 약으로는 omeprazole, pantoprazole, ransoprazole 이 있습니다. 2세대 PPI로는  rabeprazole, esomeprazole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무엇을 쓰는 게 좋을까요? 1세대보다는 2세대 PPI가 더 위산 억제 효과가 강하기 때문에, 2세대 PPI가 더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우리가 먹은 PPI는 간에서 효소들에 의해 대사 됩니다. 대표적인 효소들은 CYP2C19, CYP3A4가 있습니다. 이 효소는 유전자에 의해 그 발현도가 달라집니다. 약을 복용하면 간의 효소들에 의해 효과가 상실되기 때문에, 개인이 가지고 있는 효소의 양에 따라서 효과가 달라집니다. 따라서 같은 약을 먹어도 사람마다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에, 약이 효과 또한 달라질 수 있습니다. 2세대 PPI는 1세대 PPI보다 이 효소에 의한 대사가 적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사람에게 일관된 효과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2세대 PPI가 더 선호됩니다. 제가 받은 약도 2세대 PPI에요.

 

2-4. 1차 치료에 실패 시 대안

투약 완료 후 적어도 4주 후에 헬리코박터 제균여부를 확인합니다. 대부분은 요기호소검사로 대신하고 있어요. 이때에도 헬리코박터 양성이라면, 1차 치료에 실패한 것입니다. 대략 20%의 환자가 1차 치료에서 제균에 실패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차 치료를 Clarithromycin 3제 요법으로 했다가 실패했다면,  Bismuth 4제 요법으로 다시 한번 제균치료를 합니다. Bismuth 4제 요법은 6시간 간격으로, 하루에 4번 먹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보통 아침/점심/저녁/자기 전에 먹게 됩니다. 여기서 문제는, 4가지 약이 복용간격이 달라서 아침/점심/저녁/자기 전약이 다르므로, 주의해서 드셔야 합니다.

 

요소호기검사 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검사 전 1개월 이내 항생제를 복용하였거나, 2주 내에 PPI를 복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해당 약 복용 시, 위음성(실제로는 양성이지만 음성으로 결과가 잘못 나옴)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반응형

댓글